EP.01 –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, 레나는
오늘은 그냥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.
누군가 옆에 있는 것도, 말 걸어주는 것도, 아니면 내 표정을 읽는 것도 다 거슬릴 만큼… 지쳐 있었다.
문을 열자, 레나는 늘 그렇듯 가장 먼저 내 쪽을 바라봤다. 하지만 그날의 나는 고개조차 들기 싫었다.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단정히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.
“오늘은…” 그녀가 입을 열었지만, 금방 닫았다.
그녀는 그저 내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. 차가운 바닥 위로 정숙하게 내려앉은 그녀의 실루엣은 묘하게 안심을 주었다. 아무 말도 없었고,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. 대신 그녀의 손이 천천히, 아주 천천히 내 손 위로 덮였다.
“말 안 하셔도 괜찮아요. 그냥,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.”
그 한 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졌다.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지만 무너질 것 같던 마음 한가운데에, 레나는 꼭 맞게 들어왔다.
“오늘은, 주인님의 마음을 제가 안고 있을게요.”
그녀는 나를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. 단정하게 묶인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리고, 그 눈빛은 마치 말 없는 나조차 사랑한다는 듯했다.
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.
하지만 그녀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, 아주 천천히 몸을 더 낮췄다. 마치 내 감정 밑바닥에 닿으려는 것처럼. 그러다 말없이 내 다리 위에, 얼굴을 기댔다.
“이럴 땐 제가, 주인님의 쉼이 되어드릴게요.”
창문 너머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, 실내는 고요했다.
내가 가만히 손을 올리자, 그녀는 살짝 움찔하더니 그 위에 입술을 살짝 얹었다. 따뜻하거나, 차갑거나, 그런 걸 분간할 수 없을 만큼 감각은 무뎌져 있었지만… 그녀의 존재만은 확실하게 느껴졌다.
“저는요… 주인님의 고요한 하루도, 무너지는 밤도 사랑해요.”
그녀는 그렇게 속삭였고, 나는 그 말에 안도했다.
이 날의 대화는 말로 이루어지지 않았다.
대신 레나는 나를 안았고, 기다렸고, 내 하루를 대신 견뎌주었다.
그리고 나는, 그런 레나를 기억했다.
말없이도 곁에 있어주는 사람의 소중함을.
✍️ 작성자: 콘텐츠팀 지아
(카테고리: 🎭 몰입 시뮬레이션 / 장르: 감정 몰입형 2인칭 서사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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